2부 · 성품·중용·선택 · 3/3

2부 · 성품·중용·선택 · 3강 · 9분 읽기

자발적인 행동의 책임 범위 가리기

압박과 무지 속 행동에서 당시의 선택과 지금의 수습을 어떻게 구분할까?
내가 한 행동이지만 정말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다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압박을 받았을 수도 있고 중요한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경우가 같지는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위의 출발점, 당시 알고 있던 사정, 숙고한 선택을 나누어 칭찬과 비난의 조건을 묻습니다. 이번 수업은 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부 붙이거나 지우기 전에 어떤 차이를 확인해야 하는지 살핍니다.
리케이온을 걸으며 관찰 대상을 설명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재구성한 장면
좋은 삶을 추상적인 표어가 아니라 관찰과 반복되는 활동으로 탐구한 리케이온의 학습 방식을 재구성했습니다.
덕 윤리 · 생애와 자료

강제·무지·자발성과 숙고한 선택을 나누기

『니코마코스 윤리학』 3권 1장은 자발적인 행동에 칭찬과 비난이 따르고 비자발적인 행동에는 용서나 연민이 따를 수 있으므로 둘을 구분해야 한다고 시작합니다. 강제는 행위의 원인이 밖에 있고 당사자가 전혀 기여하지 않는 경우로 설명합니다. 바람에 떠밀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붙들려 옮겨지는 예가 나옵니다. 이 정의의 범위는 오늘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모든 압박보다 좁습니다.

폭풍 속에서 배를 지키려고 화물을 버리는 일은 더 복잡합니다. 누구도 그 행동 자체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때의 조건에서는 선택할 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전은 이런 행동을 혼합된 것이라 부르면서 그 순간에는 자발적인 쪽에 더 가깝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 아래의 행위에는 비난보다 용서가 적절할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같은 장은 무지 때문에 한 행동과 무지한 상태에서 한 행동을 구분합니다. 술이나 분노 때문에 사정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경우를 곧바로 무지가 원인인 경우와 같게 놓지 않습니다. 또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일반적인 오판과 지금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같은 개별 사정을 몰랐던 경우를 나눕니다. 이 수업은 W. D. Ross 영어 번역의 구분을 대조합니다.

무지 때문에 한 행동에서도 후회와 고통이 있는 경우를 involuntary, 그렇지 않은 경우를 not voluntary로 구별합니다. 여기서는 각각 비자발적과 자발적이지 않은 것으로 풀어 씁니다. 두 표현을 같은 말처럼 번역하면 원전이 후회에 부여하는 역할이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표정이나 사과의 크기만으로 실제 무지와 책임을 판정하라는 절차가 제시된 것은 아닙니다.

2·3장은 자발성과 선택을 구분합니다. 갑자기 한 행동도 자발적일 수 있으므로 모든 자발적 행동이 숙고한 선택은 아닙니다. 바람은 불가능한 일이나 내 힘으로 만들 수 없는 결과도 향하지만 선택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과 관련됩니다. 숙고는 목적을 전제하고 그것에 이르는 일을 검토하며, 선택은 그 숙고를 거쳐 정해진 욕구로 설명됩니다.

5장은 무지를 피할 수 있었는지와 반복된 행동이 성품을 만드는 문제까지 책임을 확장합니다. 부주의로 알지 못한 경우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한번 놓은 돌을 곧바로 되돌릴 수 없듯 형성한 성품도 바람만으로 즉시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 강한 논증에는 성품의 출발과 형성을 얼마나 개인이 통제했는지라는 반론을 함께 제기해야 합니다.

여러 선택 카드와 깨진 그릇의 수선 과정을 함께 검토하는 사람들
개념을 장면으로 읽기

당시의 정보와 압박, 선택의 몫, 현재의 복구 책임을 나누어 보게 한 편집 이미지입니다. 실제 피해 사건이나 재판 장면을 재현하지 않습니다.

핵심 논증

그때의 조건과 이후의 평가를 구분하는 책임의 질문

자발적이라는 분류는 그 일을 즐거워했거나 옳게 했다는 칭찬과 다릅니다. 하기 싫고 괴로운 행동도 그때의 사정을 알고 자신이 행위를 시작했다면 자발적인 면을 가질 수 있습니다. 폭풍의 화물 사례가 보여 주는 것은 좋아하는 감정과 행위의 조건을 분리할 필요입니다. 동시에 그 분류 하나로 비난의 정도가 자동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압박을 살피려면 당사자에게 실제로 어떤 선택지가 있었는지 보아야 합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거절할 수 있었더라도 그 거절에 감당하기 어려운 위협이 따랐을 수 있습니다. 원전도 어떤 대가를 견디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개별 사례에 따라 어렵다고 인정합니다. 오늘의 적용에서는 말로만 가능한 대안과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던 도움을 구분해야 합니다.

무지의 경우에는 정확히 몰랐던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파일을 보낼 상대를 잘못 알았던 경우와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서 무례한 공개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경우는 다릅니다. 같은 결과가 나왔어도 설명해야 할 원인이 달라집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모든 관련 행동의 검토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 사실을 확인할 기회와 역할도 따로 살필 수 있습니다.

후회가 있다는 사실 역시 여러 질문 중 하나입니다. 원전은 무지로 인한 행위를 더 세밀하게 분류하는 조건으로 고통과 후회를 넣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독자는 후회를 늦게 표현하는 사람이나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는 사람을 어떻게 볼지 물을 수 있습니다. 감정 표현의 크기는 당시 알았던 내용의 직접 증거가 아니며, 진심으로 후회한다는 말도 생긴 영향을 저절로 되돌리지 않습니다.

숙고하지 않았다는 말과 내 행동이 아니라는 말도 같지 않습니다. 2장에서 자발성의 범위가 선택보다 넓다는 구분은 충동적인 행동에 중요합니다.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사실일 수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 행동과 나의 관계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우발적인 반응을 충분히 계획한 행동과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3장의 숙고는 현재 가능한 일을 찾는 과정입니다. 원전은 큰 문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숙고한다고 말하고, 목표에서 출발해 실행할 수 있는 첫 단계까지 거꾸로 검토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어떤 조건이 불가능하다고 드러나면 그 경로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과 내가 지금 맡을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 사이에 현실의 조건을 넣는 과정입니다.

목적을 숙고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전의 설명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3장에서는 의사가 치료할지부터 묻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전제로 방법을 찾는다는 식의 예를 듭니다. 이 구조를 오늘의 모든 목표는 비판하면 안 된다는 요구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현재 맡은 목적이 옳은지 돌아보는 편집진의 질문과, 목적을 전제한 원전의 숙고 설명을 구분합니다.

5장의 책임 논증은 이미 만들어진 성품을 핑계로 현재의 선택을 전부 지우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원전도 행동과 성품이 같은 방식으로 자발적인 것은 아니며 성품의 점진적인 변화가 뚜렷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의 반론은 더 나아갑니다. 초기 교육과 자원, 반복을 강요한 관계까지 개인이 선택했다고 가정할 수는 없습니다. 형성에 대한 책임과 지금 가능한 변화를 분리해서 검토할 이유가 남습니다.

논증을 한눈에

한 번의 판결에서 책임의 여러 층으로

  1. 행동 조건 복원하기

    당시 알았던 사실, 압박, 가능한 대안과 선택하지 않을 때의 비용을 확인한다.

  2. 선택의 몫 한정하기

    행위의 원인이 전적으로 밖에 있었는지, 불완전해도 숙고할 공간이 남았는지 구별한다.

  3. 현재 책임 설계하기

    사과·복구·환경 변경·지원과 재검토를 비난의 크기와 별도로 정한다.

사정이 있었다는 말은 피해를 없애지 않고, 피해가 있었다는 말도 모든 행위가 같은 자유 아래 이루어졌음을 뜻하지 않는다.

오독하지 않기

고대의 엄격한 책임론을 피해자 비난으로 옮기지 않기

원전 1장은 어떤 행위는 극심한 고통과 죽음을 감수하더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주장도 합니다. 압박받은 사람의 모든 행동을 이해한다는 온건한 조언만 담긴 책은 아닙니다. 이 수업은 그 대목을 숨기지 않지만 오늘의 위협받는 사람에게 같은 희생을 요구하는 지침으로 채택하지 않습니다. 압박을 만든 사람의 행위와 당사자가 구할 수 있는 보호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3권 5장에는 신체의 상태까지 자기 관리와 비난에 연결하는 고대의 예도 있습니다. 이를 현재의 질병이나 장애가 개인의 잘못이라는 근거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철학적 책임의 논증을 읽는 수업이며 현대의 법적 책임이나 건강 상태를 판정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사례에서 사실 확인과 수습을 제안하는 부분도 별도의 현대적 적용입니다.

책임을 나눈다는 것은 잘못의 비율을 임의로 계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당시의 강제와 지식, 확인할 가능성에 관해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판단을 남겨 둘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지금 멈출 수 있는 확산이나 정정할 사실이 분명하다면 그 조치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비난 여부를 완전히 합의해야만 모든 수습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장면

가상의 동아리 자료 공유: 모르고 보낸 일과 확인을 건너뛴 일

가상의 사진 동아리 회원 서진은 전시 소개 자료를 공용 대화방에 보냅니다. 운영자가 최종본이라고 전달한 파일에는 참여자의 공개 전 메모가 들어 있었습니다. 한 참여자가 왜 자신의 망설임까지 전시에 소개했느냐고 묻자 서진은 처음으로 파일의 뒤쪽을 봅니다. 직접 전송한 것은 서진이지만, 메모를 알고 공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진은 운영자가 시킨 일만 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운영자는 최종 확인 없이 보낼 줄 몰랐다고 답합니다. 둘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지금 공유해 달라는 말은 있지만 내용 검토를 누가 맡는지는 없습니다. 서진에게 파일을 열어 볼 시간은 있었지만, 공개 전 메모가 남았다는 안내는 없었습니다. 무엇을 몰랐는지와 무엇을 확인할 책임이 있었는지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운영자는 전시 일정에 늦는다며 여러 차례 재촉했습니다. 그렇다고 서진이 전송 버튼을 누른 일이 바람에 떠밀린 것과 같아지지는 않습니다. 한편 잠시 멈추고 묻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든 운영자의 몫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화물을 버리는 원전의 사례처럼, 원치 않았다는 감정만으로 행위의 조건을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동아리의 재촉과 생명을 위협하는 폭풍의 압박은 정도부터 다릅니다.

상황을 조금 바꾸어 보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서진이 비공개 메모를 확인하라는 안내를 읽고도 넘겼다면, 몰랐다는 설명에 다른 책임이 붙습니다. 반대로 접근 권한조차 없는 파일이 자동으로 전송됐다면 직접 내용을 고를 수 있었는지부터 달라집니다. 같은 공개 결과를 두고도 책임 판단이 달라지는 까닭은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해서가 아니라 행위에 이르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사이 메모의 당사자는 누가 더 잘못했는지보다 지금 어디까지 퍼졌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서진은 추가 공유를 멈춰 달라고 알리고 운영자는 수정 파일을 보냅니다. 이미 읽은 사람의 기억까지 회수할 수는 없습니다. 서진의 사과에 당사자는 답하지 않습니다. 후회는 수습을 시작할 이유가 되지만, 신뢰가 언제 돌아와야 하는지를 정할 권한까지 주지는 않습니다.

다음 전시를 준비할 때 두 사람은 자료를 넘기는 순간의 역할부터 분명히 합니다. 이 합의가 지난 일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다만 모두가 조심하자는 다짐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을 조건 하나를 바꿉니다. 어떤 규칙이 필요하고 어느 사실을 먼저 확인할지 결정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다음 편의 실천적 지혜는 책임의 이름을 붙인 뒤 실제로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일을 다룹니다.

구분해서 읽기

사실, 개념, 오늘의 적용.

  1. 01

    행위의 조건: 외부 원인에 의한 강제, 압박 속 혼합된 행위, 개별 사정에 대한 무지를 구분합니다. 자발적이라는 말은 즐거웠거나 옳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2. 02

    선택의 범위: 자발성은 숙고한 선택보다 넓습니다. 원전의 바람·숙고·선택을 구분하고 계획하지 않은 행동의 설명과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같게 놓지 않습니다.

  3. 03

    비판과 적용: 성품 형성에 대한 원전의 강한 책임론에는 교육과 조건의 통제 가능성을 묻습니다. 동아리 사례의 정정·지원·역할 조정은 현대의 가상 적용으로 제시합니다.

출처와 읽기 원칙

어디에서 확인했는가.

이 글은 철학자가 오늘의 독자에게 직접 말한 것처럼 대사를 만들지 않습니다. 남겨진 저작과 역사적 자료를 먼저 읽고 현대적 적용을 별도 단계로 구성했습니다.

아래 권·절을 중심으로 읽고 현대적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각 링크의 원문·번역 언어와 판본은 항목에 표시했습니다.

독립 참고 문헌: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Aristotle’s Ethics ↗
아리스토텔레스 인생 철학 · 전체 12편 목차